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날.
그냥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나 자신을 쉬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도착한 곳이
바로 익산호빠였습니다.
호빠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외부 간판부터 튀지 않아서
혼자 방문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었어요.
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 펼쳐져요.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 웅성거림이
살짝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어요.
혼자라고 말하니
직원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안내해주셨고,
구석의 조용한 자리로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그 작은 배려에 마음이 살짝 열렸던 것 같아요.
자리에 앉자마자
무알콜 칵테일 메뉴판을 받았고
달콤한 향이 날 것 같은 자두 베이스 음료를 골랐어요.
잔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 모금 마셨어요.
그 한 모금이, 그날의 저에게 위로였어요.
조금 뒤, 호스트 분이 다가왔어요.
먼저 다가오지도 않고
그저 옆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제가 살짝 말을 건네자
조용히 눈을 맞추며 웃어주셨어요.
그게 전부였지만
충분했어요.
익산호빠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에요.
말을 안 해도 되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쉼’이 가능한 곳.
다른 테이블도 조용했고
누구 하나 분위기를 깨는 사람 없이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게 참 인상 깊었어요.
내가 떠들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이해받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지만
짧은 공감 한 마디,
미소 섞인 리액션 하나에
오히려 더 깊이 위로받은 기분이었어요.
밖으로 나올 땐
내가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어요.
무언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은 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익산이라는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괜히 든든하고 고맙게 느껴졌어요.
요즘처럼 감정이 예민할 때
누군가를 만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잠시 머물고 싶을 땐
익산호빠 같은 공간이 필요해요.
혼자라는 걸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조용히, 진짜 나를 쉬게 해주는 곳.
그게 익산호빠였어요.